
새 소식
Cuphead식 슈팅에서 퍼즐 플랫포머로 이어진, 인도네시아 인디 게임 Kejora의 여정
J
Jason Rodriguez
전 사촌들, 근처 'barangay'에서 온 친구들과 함께 내기를 했습니다. 각자 10페소(당시 환율로는 35센트 정도)를 걸고 해 질 무렵 숲을 걸어서 통과하는 것이었죠. 어른들에게는 절대 말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우리 'lolos'와 'lolas'가 아신다면, 숲에는 'nuno sa punso', 'kapres', 'tikbalangs'를 비롯해 온갖 정령들이 돌아다닌다며 위험하다고 꾸짖으실 게 뻔했기 때문입니다. 달리거나 소리 지르지 않고 가장 먼저 숲에서 나오는 사람이 우승이었습니다. 상금은 가장 가까운 'maglalako'에서 비닐봉지에 든 청량음료 몇 개를 살 수 있을 만큼의 돈이었죠.
해가 지평선 너머로 넘어갈 때, 우리는 길을 나섰습니다. 혹시 다른 세계의 존재를 마주치게 될까 봐 각자 묵주나 'anting-anting' 같은 부적을 들고서요. 출발한 지 5분도 되지 않아 누군가 울부짖었습니다. 나무 위 어딘가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존재를 발견했던 걸까요? 길에 있는 무언가를 밟지 말라는 경고였을까요? 필리핀의 민속 신앙에 나오는 대로, 미지의 존재에 홀려 길을 잃은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옷을 급하게 뒤집어 입어야 했던 걸까요? 알 수 없었습니다. 그때부터 모두 목숨을 걸고 달리기 시작했으니까요. 가까스로 숲을 빠져나왔을 때도 계속 달려야 했습니다. 그때는 주로, 무시무시한 'manananggal'보다도 더 무서운 어른들이 우리를 혼내기 위해 슬리퍼를 던지면서 쫓아왔기 때문이었죠.
Kejora의 추격 컷씬을 볼 때뿐만 아니라, 제 캐릭터와 동료들이 조용히 모험을 이어가는 순간에도 저는 그 기억을 떠올렸습니다. 그리고 인도네시아에 기반을 둔 스튜디오인 Berangin Creative에서 제작한 Kejora 역시, 파란만장한 개발 과정을 거쳤습니다. Berangin Creative의 공동 창립자이자 게임 디렉터인 Bagaskara "Bagas" Firdaus가 그 이야기를 전합니다.
Cuphead, 스튜디오 지브리, Valiant Hearts와의 연결고리
“믿기지 않으실 수도 있겠지만, 원래는 Cuphead처럼 런앤건 스타일의 슈팅 게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라고 Firdaus는 웃으며 말합니다. 하지만 2019년 당시, 스튜디오는 아직 손에 꼽힐 만큼의 인원으로 운영되고 있었으며 슈팅 게임은 감당할 수 없는 목표로 보였습니다. "런앤건 게임은 제작하기가 상당히 어렵습니다. 적도, 무기도, 스테이지도 아주 많이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죠."
결국 Firdaus와 팀은 과감하게 다른 장르인 퍼즐 플랫포머로 방향을 틀기로 했습니다. 이미 제작해 둔 캐릭터와 배경 애셋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장르가 가장 적합하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면서도 Berangin Creative는 지브리 스타일의 애니메이션에 집중하고자 했습니다. "아트적 관점에서 봤을 때, 지브리 애니메이션 스타일은 손으로 그려낸 것 같은 느낌이 강하고, 화려함보다는 분위기와 감정에 훨씬 더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라고 Firdaus는 말합니다. "이러한 감수성이 우리의 아트 디렉션에 큰 영향을 미쳤죠. 목표는 게임의 분위기와 내러티브를 자연스럽게 뒷받침하는 공간을 설계해, 플레이어가 세계에 더욱 감정적으로 깊이 연결되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팀은 2014년 다수의 상을 받은 Ubisoft의 타이틀인 Valiant Hearts: The Great War에서도 영감을 받았습니다. 각기 다른 도구와 능력을 지닌 여러 캐릭터가 등장하는 Valiant Hearts는 머리를 써야 하는 퍼즐 구간, 잠입 구간, 강한 감정적 여운을 남기는 순간이 잘 어우러져 있는 게임입니다. 개발팀은 Kejora에서 이러한 부분을 구현하고자 했습니다.
"퍼블리셔에게 Kejora를 피칭할 즈음에는 이미 내러티브가 중심인 퍼즐 게임의 형태를 갖추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보기에도 디자인이 충분히 다듬어져 있었으며, 완성도가 높은 상태였습니다."라고 Firdaus는 덧붙입니다.
인도네시아 제작
인도네시아어로 '샛별'을 뜻하는 Kejora는 중부 자바의 한 예스러운 마을을 배경으로 합니다. 이 지역의 시골 마을에서 영감을 받은 마을로, 독특한 Jengki 스타일의 건축까지 담아냈습니다. 하지만, 이 평화롭고 목가적인 배경 뒤에는 마을 사람을 괴롭히는 저주에 대한 미스터리가 숨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 게임의 주인공인 어린 소녀 Kejora가 그 저주의 기원을 파고들어야 하죠.
"주인공의 이름을 무엇으로 할지 여러 방면으로 고민했습니다."라고 Firdaus는 말합니다. "인도네시아의 부모들이 딸에게 붙일 법한 여러 가지 이름을 떠올리다가, 결국엔 Kejora로 정했죠. 이름 자체도 아름답고, 어둠 속에서 빛나는 빛으로도 해석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Kejora의 곁에는 절친한 친구인 Guntur와 Jaka가 있습니다. Kejora는 셋 중 가장 고집이 세고, Guntur는 무뚝뚝하고 허튼짓을 용납하지 않는 성격이며, Jaka는 좀 더 소심하고 신중한 편입니다. Valiant Hearts를 떠올리게 하는 캐릭터별 고유 액션은 비교적 초반부터 등장합니다. 친구들의 능력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해당 캐릭터로 전환해야 합니다. Guntur는 펀치를 날려 방해물을 파괴하고, Kejora가 어딘가에 올라갈 때 뒤에서 밀어주어 도움을 줄 수도 있습니다. 반면 Jaka는 오브젝트를 밀고, 새총으로 목표물을 쏠 수도 있습니다.
퍼즐 구간은 처음에는 단순하게 시작합니다. 건초 더미를 파괴해 아이템을 줍거나, 뱀을 쏘아 길에서 비켜나게 하는 정도면 되죠. 이후에는 조금 더 복잡해지긴 하지만, 머리카락을 쥐어뜯고 싶어지는 수준까지는 아닙니다. 예를 들면 Kejora가 공장 기계를 사용해 상자를 쌓아야 하는 구역이 있습니다. 이 구역에서는 Kejora가 상자를 쌓은 후 Guntur의 도움을 받아 올라간 뒤, Jaka로 전환해 레버를 쏘고 다시 Guntur로 돌아가 상자를 박살 내야 합니다.
“Valiant Hearts처럼, 저희도 퍼즐을 직관적으로 유지하고 싶었습니다.”라고 Firdaus는 말합니다. "이러한 구간은 스토리와 레벨에 어울린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추가했죠. 하지만 플레이어에게 너무 큰 좌절감을 안겨주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러면 게임을 계속 진행하기가 어려워지니까요."
Genderuwo
Kejora와 친구들은 단순히 퍼즐만 풀면 되는 것이 아니라, 인도네시아의 설화, 특히 중부 자바 지역에서 악명이 높은 설화 속 존재인 Genderuwo를 피해 살아남기도 해야 합니다. Genderuwo는 온몸이 까만 거대한 유인원 같은 모습의 악령으로 알려졌지만, 때로는 인간의 모습으로 변신해 방심한 희생자를 유인하기도 합니다.
이 게임에서 플레이어는 잠입 구간에서 Genderuwo를 마주합니다. Genderuwo는 그림자 같은 거대한 존재로 묘사되며, 지브리 스타일의 영향이 살짝 더해져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등장하는 가오나시 같은 분위기를 풍깁니다. 이러한 챕터에서의 목표는 관목, 상자, 나무 둥치와 같은 곳에 숨어 들키지 않으면서 화면의 한쪽 끝에서 반대편까지 이동하는 것입니다. 제때 숨지 못해 발각되는 경우 화면에 눈알이 나타나고, 만약 숨을 곳을 빨리 찾지 못한다면 Genderuwo가 일행 전체를 잔혹하게 베어버리면서 조우가 초기화됩니다.

"인도네시아에는 Barong, Kuntilanak(Pontianak), Jenglot 등 신화적이거나 초자연적인 괴물이 정말 많습니다."라고 Firdaus는 말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Genderuwo를 선택한 이유는 두 가지였어요. 첫째로 인도네시아는 물론, 동남아시아 지역 설화에 친숙한 사람들이 알아보기 쉬운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이유는 보다 현실적인 판단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바로, Genderuwo가 디자인과 애니메이션 작업에서 구현하기 가장 수월했기 때문입니다. "우리 스튜디오에는 애니메이터가 4명뿐입니다."라고 Firdaus는 설명합니다. "우리 게임플레이와 컷씬 모두에서 괴물이 등장해야 합니다. 크리처가 너무 많거나, 게임 규모를 과도하게 확장할 경우 훨씬 더 많은 디테일을 디자인하고, 더 많은 애니메이션을 손으로 그려내야 했겠죠. 우리 팀에게 그건 너무 큰 부담이었습니다."
난관 극복
Berangin Creative는 Kejora 개발 과정 내내 모든 역량을 총동원 해왔습니다. 그런 반면 동남아시아의 소규모 인디 스튜디오로서 수많은 현실적인 난관에 부딪혀야 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Firdaus는 "개발 과정에서 가장 큰 문제는 한정된 자원을 어떻게 운용하느냐였습니다."라며, 개발 초기에는 팀 인원이 2~3명뿐이었다는 점도 언급합니다. "지금은 팀원이 11명이지만, 대부분은 원격으로 근무합니다. 어떤 컷씬을 추가할지, 아니면 일부 구간을 제거하는 것이 나은지 같은 판단을 계속해야 합니다."
현재 인도네시아 정부 차원의 게임 개발자 지원은 프로젝트에 직접 자금을 투입하기보다는 이벤트나 노출 기회, 산업 프로그램 등을 통한 생태계 조성에 여전히 대부분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다행히 인도네시아의 정보통신부와 비영리 단체인 Indonesian Game Association(AGI)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Indonesia Game Developer Exchange(IGDX)와 같은 이니셔티브 덕분에 개발자는 네트워킹과 인지도 확보에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 업계 또한 더욱 역동적이고 흥미로워졌습니다."라고 Firdaus는 말합니다. "일부 대학에서는 게임 개발 과정을 개설하고, 다른 도시를 거점으로 한 스튜디오도 여러 곳 생겼습니다. 자카르타, 반둥, 발리를 비롯한 많은 지역에 다양한 규모와 멤버로 이루어진 게임 개발 커뮤니티가 자리 잡기도 했죠. 이제는 더욱 쉽게 사람들이 이 업계에 들어와, 커뮤니티에 합류하고, 질문하고, 서로에게서 배울 수 있습니다."
Kejora의 이야기를 끝까지 확인한 플레이어가 무엇을 깨닫길 바라는지 묻는 말에 Firdaus는 그저 미소만 짓습니다. "이 게임의 핵심 주제 중 하나는 바로 시간입니다. 저마다 어떻게 시간을 쓰고 있을까요? 주어진 시간을 얼마나 잘 활용하고 있을까요? 우리가 아끼는 사람들과 시간을 함께하고 있는지, 시간이 지나고 나서 떠올렸을 때 기분이 좋을 만한 일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생각해 보실 수 있으면 합니다. 플레이어 여러분이 이러한 주제를 깊이 공감하실 수 있길 바랍니다."
런앤건 게임에서 퍼즐 플랫포머가 되기까지 수년간 이어진 Kejora의 개발 여정처럼, 친구, 이웃들과 함께 보냈던 제 어린 시절처럼, 그 모든 순간이 값진 시간일지도 모릅니다.
지금 Epic Games Store에서 Kejora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