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litterhead는 취할 듯한 90년대 홍콩 분위기에 충격적인 고어를 끼얹습니다

공포는 피해자의 통제력을 빼앗곤 합니다. 화면 속에서 비명을 지르는 희생자의 목숨을 빼앗는 때도 있고 관객이 자기도 모르게 의자에서 펄쩍 일어서게 하는 일도 있죠. Slitterhead의 빙의 메커니즘은 통제력을 잃는 그 끔찍한 느낌을 창의적으로 재해석합니다. 이 게임에서는 플레이어가 통제력을 빼앗는 쪽이 되죠.
플레이어는 통제 불능 '빙귀'가(Hyoki) 되어 플레이하게 됩니다. 도시에 들끓는 살인마 '야구자'를(Slitterhead) 쓰러트리는 것 외에 아무 욕망도 기억도 없는 비인간 전투원이죠. 그러려면 90년대 홍콩을 본뜬 가상의 극동 도시 구룡(Kowlong)의 무수한 시민에게 빙의해서 네온 불빛이 휘황찬란한 구룡시 거리와 빈민가에 파고들어 초자연적 비밀을 조사해야 합니다.
Silent Hill 원작을 만든 후 Siren과 Gravity Rush를 감독한 게임 디렉터 Keiichirō Toyama와 gamescom에서 마주 앉아 Slitterhead에 관한 얘기를 나눴습니다. Toyama가 말하길, Bokeh Game Studio에게 빙의는 플레이어가 자기 관점 말고 다른 관점을 체험하게 할 둘도 없는 기회였다고 했습니다. 그것도 최고로 으스스한 방식으로 말이죠.
"이건 일종의 실존주의일지 모르지만, 어느 날 저는 제가 정말로 누구인지 의문이 들더군요." 실체 없는 영혼에 적용되는 Toyama의 '자연 대 양육' 접근 방식에 대한 본인의 설명입니다. "많은 사람이 태어납니다. 다 같은 인간인데, 어느 나라 어느 곳에서 태어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관점에서 다른 사람으로서 다른 삶을 살죠."
"주인공이 기억 없는 유령인데, 신체를 옮겨 다니면서 인간 숙주와 상호 작용할 수 있으면 재밌겠다 싶었습니다." Toyama가 말을 잇습니다. "그런 유령은 숙주가 세상을 보는 시각, 숙주의 삶, 숙주의 의견에 휘둘리겠죠."
연쇄 빙의
제 체험판 플레이는 어질어질한 시점 변환과 함께 시작했습니다. 어떤 들개를 조종해서 근처에 평범한 사람으로 둔갑하고 활보하는 기생충 같은 생물 야구자를 추적했죠. 쌀쌀맞은 시민들이 저를 피하거나(심한 경우 아예 길을 막거나) 욕하는 등 저를 배척했기 때문에 근처 인간을 조종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어서 다른 인간을 조종했고, 또 다른 인간을 조종했죠.
울타리 반대편으로 넘어가고 싶나요? 아파트 10층 발코니로 뛰어오르고 싶나요? 해답은 항상 똑같습니다. 마음 놓고 있는 사람을 조준하고 정신에 침투하는 거죠.

게임 속에 구현된 구룡시의 북적이는 밤거리는 HITMAN의 초자연적 버전이라 할 만큼 선택지가 넘쳐나니, 마음껏 고르세요! 몸의 주인이 저항하는 찰나의 떨림이 멎은 후, 그 사람의 자아는 녹아 없어지고 당신이 그 사람이 됩니다.
3인칭 게임에서 본인 캐릭터를 지키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지극히 당연합니다. Slitterhead는 그 자기 보호 본능에 정면으로 도전합니다. 한번은 제가 건물 옥상으로 기어 올라갔는데, 빨리 길거리로 내려와야 했습니다. 계단을 찾느라 낭비할 시간이 없었죠. 다른 수가 없었던 저는 끄트머리에서 뛰어내렸고, 제가 몸과 정신을 강탈했던 무력한 노파는 만신창이가 돼서 어리둥절한 상태로 거리에 남겨졌죠. 저는 노파가 땅에 떨어지기 전에 빠져나와 다른 행인에게 빙의했습니다.
냉혹한 유령의 눈에 뼈와 살로 된 인간의 육체는 쓰고 버릴 수 있는 그릇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런 잔인성은 야구자와 처음 만났을 때 더 수위가 높아졌습니다. 삼단 콤보, 방향성 있는 방어, 끈기가 주안점인 마구잡이 싸움이었죠. 공격은 피할 수 있습니다. 짐작하셨다시피, 그러려면 다른 인간에게 빙의하면 됩니다. 다수는 한쪽에서 몸을 사리고 있지만, 용감하게 싸움에 뛰어드는 사람도 있으니 말이죠. 인명을 경시하는 빙귀의 무관심한 태도에 감정적 갈등을 느끼게 하는 매혹적인 설계입니다.
야구자는 어느 정도 피해를 받자 변신해서 싸움의 판도를 바꿨습니다. (대체로) 인간 형태였던 모습에서 살점이 붙은 사마귀의 모습으로 급격히 변신했죠. 어마어마한 힘으로 휘두르는 촉수에 맞아 곤죽이 된 신체와 피 웅덩이가 골목에 흩뿌려졌습니다.

저는 죽음의 문턱에 있는 듯한 십 대 소녀에게 빙의하던 중 '희귀체'를(Rarity) 발견했습니다. 빙귀에게 빙의 당하면 야구자와 대등하게 싸울 수 있는 게임 내 인간 여덟 명을 가리키는 용어죠. 이 소녀의 경우, 십 대 울버린처럼 손톱에서 기다란 피 발톱을 돋아나게 할 수 있었습니다.
강화된 능력을 갖춘 희귀체는 야구자를 소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Slitterhead를 생존 공포 전투 게임에서 순수 캐릭터 액션 게임으로 바꾸는 캐릭터들이죠. 희귀체는 저마다 곡예를 방불케 하는 기술과 특수 능력을 자랑합니다. 적을 공격해서 생긴 피 웅덩이를 통해 회복하는 능력, 전투 불능 인원을 대규모로 되살려서 고기 방패로 쓰는 능력 등이 있죠. 쓸 수 있는 기술과 동원할 수 있는 전략이 늘어나자, 마침내 첫 번째 야구자를 격파하고 체험판의 2부로 넘어갈 수 있었습니다.
다음 섹션은 게임의 후반부에 일어난 일입니다. 지나가면서 시체들로 자취를 남긴 야구자들을 쫓아, 희귀체들이 마피아가 운영하는 고층 빌딩에 침입합니다. 아무 홍콩 액션 영화나 Yakuza 시리즈에서 볼 수 있을 법한 익숙한 상황이죠. 다른 점이 있다면 마체테를 든 패거리 대신 야구자들이 상대라는 겁니다. 목숨을 건진 마피아 조직원들은 마지못해 아군이 되죠.
만만치 않은 전투가 펼쳐집니다. 인간을 걸어 다니는 강력 폭탄으로 만드는 Time Bomb 능력을 잘못 쓴 탓에 꼭대기까지 올라가는 길에 여러 번 죽기도 했죠. 원래 능력을 발동한 다음 다른 신체로 옮겨 타야 하거든요. 그런데 저는 멍청하게도 능력을 발동하고 전투에 발이 묶여 있다가 제가 일으킨 폭발에 죽었죠.

빌딩 꼭대기에서 보스전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보스전의 첫 단계였죠. 마피아 두목의 사무실을 박살 낸 전투가 끝난 후 저는 고층 아파트 옥상에서 옥상으로 넘어가며 정신없이 추격했고, 빙귀가 인간에서 인간으로 휙휙 갈아타며 쫓아가는 통에 희귀체들은 추격전에서 뒤처졌죠. 새로운 능력이 있는 인간을 발견하기도 했는데, 그중 하나는 피 묻은 촉수를 날려서 스파이더맨처럼 날아다닐 수 있게 해주는 능력이었습니다.
보스전의 마지막 단계는 멀리 떨어진 옥상에서 펼쳐졌죠. 또 다른 곤충형 야구자가 상대였는데, 전투 시작부터 위압감이 있었습니다. 저는 늦은 밤에 옥상에서 담배를 피우던 주민들의 소시민적인 능력을 총동원해서 희귀체들이 따라올 시간을 벌고 승산을 만들어 냈습니다.
Slitterhead 전투 시스템의 잠재력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싸움이었습니다. 희귀체 여럿이 전투에 개입하자 판도가 뒤집혔습니다. 조심스럽게 공격하다 방금까지 빙의해 있던 숙주를 보스에게 미끼로 던지고 다른 인간에게 옮겨 타는 양상은 이제 끝이었죠. 합동 공격의 시간이었습니다. Blood Well 능력으로 만든 중력 함정이 야구자의 발을 묶는 동안 저는 희귀체 한 명과 함께 안전하게 일본도를 휘둘러 공격했습니다. 야구자가 풀려나자, 저는 다른 희귀체로 갈아타 원거리 공격을 날렸죠.
전투는 위치 선정, 타이밍, 주민들을 세심히 신경 써야 하는 일종의 춤이 되었습니다. 구룡의 가장 풍부한 자원, 즉 주민들의 몸이 저를 지켜줬고 주민들의 피가 제 비장의 기술에 연료가 되어줬죠.
마침내 보스를 쓰러트렸지만, 구룡 시민들의 시체로 산을 쌓은 끝에 거둔 승리 아닌 승리였습니다. Slitterhead는 제가 본 어느 게임과도 다른 무시무시한 액션 호러 게임이 되겠다는 느낌이 들었죠.
피를 보고 싶은 기분
Toyama는 몇 년 후, 어쩌면 몇십 년 후에도 잊히지 않을 만큼 인상 깊은 배경을 만듭니다. 안개에 싸인 Silent Hill의 미국 교외부터 Siren의 오싹한 일본 섬마을, 세계를 누비는 Gravity Rush의 환경 디자인까지, Toyama와 경력을 견줄 만할 사람은 몇 없죠.
체험판 플레이 후 나눈 대화에서 Toyama는 Slitterhead 속 장소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저는 게임의 배경부터 설정한 다음에 캐릭터와 게임 디자인을 생각하기 시작합니다."라며 Toyama가 말했습니다.

Slitterhead의 경우, 지나간 시대의 추억이 Toyama로 하여금 90년대 홍콩 하면 떠오르는 높은 빌딩, 빽빽한 거리, 떠들썩한 군중을 재현하게 했습니다.
Toyama는 "이 향수 어린 주제가 마음에 들었어요."라고 설명합니다. "90년대에 특히 흔했던 이런 혼란스러운 도시들이 범죄의 온상이 되는 등 어떤 면에서는 부도덕적이었죠. 이 도시들이 오늘날의 현대 세계로 발전한 겁니다. 이 도시들은 점차 세상에서 사라졌죠... 저는 동아시아의 90년대가 어땠는지 기억합니다. 그 열망을 제 작품에 담아내고 싶었어요."
영화 촬영 기법에서 이름을 딴 스튜디오의 영화 사랑이 꾸준하다는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Bokeh는 렌즈의 초점을 맞추지 않는 유명 기법의 이름으로, 한때 아마추어의 실수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예술 기법으로 인정받고 있죠.)
빙의의 침투적 특성은 둘째 치더라도, 홍콩 거리를 매력적으로 묘사하는 작품의 특성상 자연스럽게 Wong Kar-wai 감독의 영화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것이 Toyama의 설명입니다. 화양연화 같은 근대 고전 영화 속 도시 전경의 특징인 화려한 조명과 좁은 골목길, Wong Kar-wai 감독이 매혹적으로 홍콩을 묘사한 방식에서 받은 영향은 Slitterhead 속 구룡의 구도와 색채에서 여실히 드러납니다.
개개인의 삶을 가까이서 조명한다는 점도 영화와 비슷합니다. Tony Leung의 따뜻한 미소 대신 구룡의 생생한 고어 비주얼과 유혈이 낭자한 초능력이 있을 뿐이죠. Toyama는 현실감을 살리기 위해 스타 아마추어 배우를 쓰고 홍콩의 일상에 초점을 맞춘 영화를 찍는 Fruit Chan 감독에게서도 영감을 받았습니다.

더불어 Toyama는 Slitterhead를 통해 일본 성인 만화에 대한 자신의 열정을 해외 관객과 나누고 싶어 합니다. Toyama에게 특히 의미가 있는 작품은 Tokyo Ghoul입니다. Toyoma는 인간과 괴물 사이 꺼림칙한 지점에 있는 캐릭터들, 끊임없는 불안감과 공포감을 통해 Tokyo Ghoul의 어두운 안티히어로들의 느낌을 Slitterhead에 담아내려 합니다.
어떤 호러 작품이든 괴물은 필수고, 야구자는 주역으로 부족함이 없습니다. Toyama는 차세대 인재의 도움을 받아 야구자의 꿈틀대는 형태를 구상한 경위를 설명했습니다. "일본은 괴수 영화로 유명한데, 저도 그런 영화를 참 좋아합니다. 그런데 일본에는 현실적인 가상의 생물을 창작하는 젊은 신진 조각가들이 있어요. 그걸 게임에 차용하고 싶었죠." Toyama의 말입니다.
Bokeh는 특히 한 명의 조각가에게 끌렸습니다. Slitterhead의 몬스터 디자인은 전도유망한 아티스트 Keisuke Yoneyama의 작품입니다. 피부가 온통 벗겨지고 말라비틀어진 신체, 드러난 장기, 얼룩지고 돌출된 척추 등 그의 악마 같은 작품은 소름 끼치는 안목을 극명히 보여주죠.
솔직히 말해서, 제가 본 바에 따르면 Yoneyama는 야구자를 디자인하면서 평소보다 수위를 낮췄습니다. 적어도 제 희망은 그렇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저는 구룡의 으스스한 음지에 도사리는 미지의 흉물을 보고 나서 스스로 잠들 수 있는 통제력을 잃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차피, 죄 없는 구룡 시민들에게 빙의한 죄책감 때문에 잠을 이루기 힘들겠지만요.
Slitterhead는 11월 8일(미국 동부 시간) Epic Games Store에 출시됩니다. 여기서 gamescom 현장 기록을 전부 확인해 보세요.